페이스북의 순기능으로 느껴지는 이것.
연도별로 몇년 전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슨 글을 썼고 어떤 환경 속에 있었는지 알려주는 과거의 나 만나기.
불과 2,3일 전에 태풍을 만나서 하루 온종일 집에서만 보낸터라 태풍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던 시기였는데 7년전의 나는 비행기를 타고 수업들으러 가던 길이구나 ㅋㅋㅋ 9월초인걸 보면 2학기 개강하던 순간. 13년도인걸 보니 군 전역 후, 컨벤션 1년다니고 8월 한달 유럽 배낭여행 다녀온 직후의 시기.
아주 격변의 시기였구나 싶다. 한달 내내 비행기, 기차, 버스를 타고 다니고 학교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비행기타고 내려가고, 여행 하루 더하겠다고, 스탑오버 해본다고 뱅기 스케줄 바꿔서 개강하고 수업 있는 당일에 제주에 내려가던 패기
ㅋㅋㅋ
그때는 그 순간에 안하면 평생을 후회할지 모른다며 선택한일이었는데, 그때의 내가 옳았다. 아주 정확했어. 20년의 지금 보면, 진짜 할 수 있을때 뭐든 해버려야 좋은거구나를 깨닫는다.
아마 스탑오버를 경험하고 싶어서 돌아오는 뱅기스케줄이 2일 정도 미뤄졌는데 그게 딱 개강하고 첫 수업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지..ㅋㅋㅋ 그 시기엔 뭣이 그렇게 당당했는가 싶다. 그래도 그때 그렇게 당당하게 이메일 쓰고 허락 받은 후에 맘편히 여행하고 돌아간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장문의 과거 회상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7년이나 지난 유럽 배낭여행이 순간순간마다 이렇게나 아련하면서 선명하게 기억나는걸 보면, 그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었나 보다. 리스본의 어느 호스텔에서 널찍한 로비의 편안한 의자에 푹 들어가 앉은채로 대학동기들과 연락하고, 집에 연락하던 내 모습,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우연히 만난 한국 사람과 와인을 마시던 순간, 돈키호테는 읽지도 않았으면서 돈키호테의 풍차마을은 가고 싶다며 오로지 그 마을만 보기 위해 기차에 올라 두세시간 마을에 머물렀던 시간. 생각할 수록 계속 떠오르는 그 시기의 나에겐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없었다. 그저 아쉬움만 가득했달까.
한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것도 신기했고, 초반에는 몰랐으나 보름이 지나면서부터 갑자기 당장 귀국할 것처럼 느끼던 순간들을 보면, 우리의 시간은 그냥 손목과 벽에서 보여지는 시계속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머리와 내면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불안한지에 따라 달리 지나가는게 아닐까 싶었다. 끄적이고 보니 실제로 사회에서 사용하는 시간 개념은 말그대로 사회가 정상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시간일뿐 사람 인생에 적용되는것 같진 않다. 순간마다의 시간들이 빠를때도 있고 느릴때도 있는데 이걸 마냥 기분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뭐.
이렇게 생각해도 시간은 여전히 사회의 시간으로 돌아가겠지.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고, 빨리 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시간을 붙잡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자주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일테니까.
도망가려는 시간이라 생각치 말고
기다려주는 시간이라 여기자.
도망가려는 시간을 붙잡으려고 아등바등거리지 말고
기다려주는 시간에게 고마워하며 철저히 계획을 세우자.
모든 해야할 일들을 기록하고, 우선순위를 매기자. 그 외의 것들은 쳐다보지도 말자. 오로지 내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그런 일에만 투자하자. 그러기만해도 시간은 부족하니까.
비축할 수 없으니 다가오는 시간들을 모두 잘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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