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 와이프가 혼자 끙끙 앓으면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갑자기 밖이 추워졌는데 환기시키며 쉰다고 베란다문을 열어뒀던터라, 그것부터 닫고
이불도 한겹 더 덮어주었는데
그래도 오한이 오는지 계속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감기기운인가 싶어 일단 따뜻하게 해주고
따뜻한 물도 마실 수 있게 준비해주며 검색해보니 임신 초기엔
보통 사람보단 기초 체온이 약간 상승하는데,

그렇다고해서 37-38도까지 가는건 위험하다고 나와있었다. 적정 체온 유지를 위해선 집안 온도 조절도 잘 했어야 하는데…

후회는 이미 늦은것 때문에 생기는거니
앞으로 잘 챙기려면 좀 더 많이 신경 쓸 수 있도록 공부도 미리미리하고 해야할것 같다.

시간이 지나 새벽 4시
오한은 좀 가라앉고
배와 대추를 우려낸 물을 마셔야 좋을것 같아서 준비해주고, 수건을 찬물로 적셔 이마에 올려주었다.
열나는 이유를 확인해야해서
코로나 자가진단도 했지만 일단 한 줄.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열은 계속 37.7 …

떨어질 기미가 안보이자 와이프님도 본인은 괜찮지만 햇살이가 걱정된다며 병원에 가보자고 했다.

사실 자가진단 키트도 우리가 확인하는 용이지 병원에서 사용가능한건 아니라서 애매했지만, 출산예정일도 아직 좀 남았고.. 37주면 지금부터 출산하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어떤 조짐도, 이렇게 갑자기 열이나고 오힌을 느낄 일은 없었기에
5시 무렵, 일단 병원으로 향했다.
5시 30분 병원 도착
입구가 자동문이 아닌 패스워드 형태라서

어느새 시간 6시 17분
위치 서해산부인과 6층 출산센터

와이프님은 6시 무렵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족분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수액을 맞아야 해서 손에 큰 바늘을 꽂아넣고, 항생재를 맞기전에 테스트용으로 또 다른 곳을 찌르고... 이것저것 해놓은것이 많아 여러모로 안쓰러워 보였는데, 그나마 체온이 많이 줄어서 다행이었다.

 

그 현장에서, 혹시 모른다며, 진짜 혹시 모르는거라서 병원에서도 제왕절개 수술 준비에 대한 안내와 서명해야하는 서류들을 보여주고 이야기해주셨는데, 갑작스레 오게되다보니.. 그리고 계획에 없었던 상황이다보니 여러모로 당황스럽고 어려움이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열은 떨어졌고 코로나도 음성이었고 원래 담당이셨던 원장님도 오셔서 확인해주셨다. 하루에서 이틀은 더 두고보자고 하셔서(어떤 이유로 열이 났던건지 알 수 없었고, 혹시라도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날 수 있어서) 근 하루 반나절, 더 병실에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끝까지 적지 못한채로 임시저장만 했던터라

2일정도 지난 뒤인 이제야 마무리를 하고 있다.

다행히 와이프는 퇴원을 해도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오전에 퇴원했다.

새벽에 방문할때 문제가 되었던 체온이 모두 떨어져 더 열이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만삭인데도(37주) 출산징후가 없었기에 집에서 대기를 하는걸로.

22년 9월 24일 토요일 이제 집에서 출산 징후가 찾아오길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두서없이 적기 시작했지만 순간마다 적어야 잊지 않을것 같으니

그리고 꾸려놓았던 출산가방을 마저 관리해야지 싶으니 

이 모든 것들은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엔 큰 의미가 없으니

 

잊지 않도록 

그리고 기록이 되어 도움이 되도록 모두모두 남겨보자.

2022년 09월 20일 화요일
임신 37주차
어느새 출산 예정일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
원래 매 주마다, 와이프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물어보면서 그 순간마다를 기록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어느새 곧 출산을 앞둔 와이프의 보호자가 되었다.
더 늦기전에,
그리고 내가 챙기지 않으면 이제 정신없어질 와이프는 더욱 힘들테니
나중의 내가 돌아보고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수 있도록 내가 하고 온 일들이라도 기록해보기.


사실 임신 37주차가 되어 방문한 보건소는, 몇가지 방문 목적이 있었다.
1. 고위험임산부 지원제도
2. 카시트 등 육아용품 대여가능한지
3. 산후도우미 신청 관련
이 세가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방문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알려드리고 그곳에 게시되어 있는 정보들을 읽어보다보니, 더 신청하고 확인해볼 수 있는것들이 많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니 제주시 보건소 내에 있는 사무실? 같은 곳 마다 안내해주시는 내용이 있어서 방문한 곳별로 기록해보기.

1. 모자보건실

이곳은 처음 임산부등록을 할때부터 방문했던 곳이라 어색하진 않았다.
임신초기에 병원에서 받은 임신확인서? 같은 서류를 가져다 제출하고 임신축하 선물도 받고, 엽산을 받았던 곳이라서.
이번에 가서 물어본 내용들은 담당자분들이 달라서 각각 설명해주셨다.

-임신선물(추가로 더 받음)

처음 신청할때에는 와이프의 비자가 F-2(거주비자)라서 서류상 지원이 안되는 품목도 있다고 했는데
이제 F-6(국민의 배우자 / 결혼비자)로 변경해서 스피드 구급함과 이유식 용기를 받았다.
*한국인끼리 결혼한 경우라면 그냥 모든것을 그대로 제공받겠지만, 우리는 다문화가정이라서 뭐든 관공서에 갈땐 챙길게 많아졌다. 그래도 비자 바꾸며 변경된 내역을 확인해 선물을 챙겨주신 직원분들 덕분에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임신축하 선물을 받았다.

스피드 구급함, 베베락 클린 트라이탄 이유식 용기


-고위험임산부 의료비 지원 사업 안내

모자보건실 입구에서 안쪽? 전체위치에선 가운데쪽에 계신 직원분이 담당자이셨는지, 처리하고 계신 업무를 마무리하고 바로 도움을 주셨다.
우리는 당장은 아니고, 지난 6월 초에 전치태반 진단을 받아서 제대병원에서 2박3일 입원치료를 한 기록이 있어서, 그것과 관련하여 지원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비급여항목, 그 중에서도 입원비와 배우자 식비 등은 제외된다고 설명해주셨다.
이미 회사에 제출해야 해서 진단서를 받았었다고 하니, 이미 진단서를 받은 상태라면 신청해보는게 좋겠다고 해주셔서 더 설명을 들어보니 초음파 검사를 두차례정도 했다면 그 비용만 신청해도 의미가 있을것 같다고 해주셨다.
대신 이건 출산 후, 아기가 태어나 출생증명을 한뒤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서류를 미리 구비해둘 수 있도록 안내받았다.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지원신청 구비서류

  1. 의료비 지원신청서(보건소 내에 있음)
  2. 의사진단서(질병명, 질병코드포함, 진단일 기재) - 제대병원기준 약 2만원이라서, 이 진단서 발급비용보다 지원금으로 돌려받을 비용이 적을 수 있기에 그 부분을 감안하여 준비하는게 좋다고 설명해주셨다.
  3. 출생증명서(단, 사산의 경우 사산증명서) - 이부분 때문에 만삭인 지금은 신청불가. 출생증명서 나오면 그때 신청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러 온거라서 역시 미리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4. 입퇴원확인서(입원 횟수별로 별도제출, 단 진단서상에 각각의 입퇴원 진료기록이 모두 기재된 경우에는 생략 가능)
  5. 진료비 영수증
  6. 진료비 세부내역서(입원환자용 날짜별 나오게 발급요청 "요")
  7. 주민등록등본
  8. 건강보험료 영수증
  9. 통장사본
  10. 신청인 신분증(대리인 신청시에는 위임장 및 대리신청인 신분증 사본)

*부부 주소 분리세대인 경우 가족관계 증명서 첨부
*개인정보 서명시 주민등록 등본, 건강보험료 영수증 생략 가능
라는 내용으로 알려주셔서 미리 체크해두고 나중에 찾아가면 될것 같은데, 아무래도 출산 직후엔 와이프가 바로 방문하긴 어려울것 같아 위임장 양식도 미리 받아 놓았다.
외국인이다 보니 등본상 등재된걸 확인하기 위해 등본 제출을 함께 해달라고 해주셔서 미리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산후도우미 신청

인터넷으로 검색할때에도 임신주수가 아직 중반일때까진 신청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나중에 하자고 생각하다 그 시기를 잠시 잊었는데 마침 방문해서 제대로 문의드렸더니 그자리에서 일사천리로 모두 처리하고 설명해주셨다.
(등본이 필요한데 제출하지 못해서 이것만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드리기로 했다. 등본만 마무리 되면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연락하면 된다고 하셨다)
관련 서류와 비용, 업체에 대해 알려주셔서 그 곳에 연락하고 일정을 맞춰 신청하면 될것 같다.
이 모든걸 출산 직후에 하려고 했다면, 와이프가 동행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고 여러모로 미리 오길 잘한것 같다.

2. 영양플러스 상담실

모자보건실에서 이것저것 설명을 듣다가, 와이프가 철분제를 먹는데 수치가 낮아 추가로 수액도 맞고 있다는 이야길 하다보니
그럼 영양플러스 상담실에도 방문해보는건 어떤지 권해주셨다.
'임산부, 영유아 건강을 위한 영앙플러스+'
라는 이름으로 지원되고 있는 사업인데,
임산부의 경우 빈혈수치가 일정수준보다 낮은경우
영유아의 경우 출생 후 몸무게나 키, 어떠한 수치가 평균보다 낮은 경우에
신청가능한것 같았다.
신청하여 지원을 받게되면, 보충식품 지원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교육도 받고 정기적으로 영양상태를 평가받으며 상태를 확인받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혼자 타지도 아니라 타국에서, 임신하며 아이까지 품고 지내는 와이프가 여러모로 걱정되고 마음이 쓰였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사업에 대해 알고 있어야겠단 생각에 여러 질문을 드렸다.
마침, 빈혈수치가 보통의 임산부보다 낮다는 진단을 받아서 산부인과에서 철분제를 받아서 매일 먹고, 그걸로도 수치가 빠르게 오르지 않아 수액을 맞기도 했었던 상황이라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철분, 빈혈수치 등을 위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식단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무조건 신청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사업도 신청한다고 바로 되는것은 아니고, 선정이 되면 한달정도 후부터 6개월간 지원되며 6개월 후 정기적 영양평가를 통하여 호전되었다면 그대로 종료, 아직 수치가 평균보다 낮다면 한 번 더 연장하여 최대 1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우리는 일단 내일 산부인과에 갈 예정이라서 그곳에서 파악했던 빈혈수치에 대한 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할 수 있게되어서 이곳에서도 미리 문의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3. 접종실

접종실은 내가 비형간염 항체주사를 맞으러 가본 기억이 있는 곳이었는데, 신생아도 접종받아야할 주사가 많기에 이곳에 예약을하고 접종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전해듣게 되었다.

보건소는 보건증 신청하러만 가봤지 이렇게 다채로운 공간이 있어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줄은 몰랐는데, 와이프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이렇게 다양한 지원사업과 다양한 업무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보건소 직원분들이 모두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모르는 분야라서 자잘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도 차근차근 설명해주신 덕분에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배우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될지 다 파악은 했으나, 이제 또 다른 무엇을 위해 방문하게 될지 모르니 갈때마다 메모 하는걸 잊지 말아야겠다.


임신, 출산을 준비해서 완벽한 계획을 하는것이
가능할까?


직접 경험해보고나니, 일단 반드시 계획해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두사람 모두 아기를 정말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의 준비(경제적인 준비)를 해놓은 뒤,
적어도 결혼식을 치른 뒤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준비하고자 하였으나
생각치못한 타이밍에 햇살이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렇게 찾아온 햇살이는 축복이었고, 다양한 준비과정을 속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2022년 02월 07일 햇살이가 처음 찾아온 날, 임신 4주차 6일

 

처음 찾아갔던 그 날, 의사선생님의 이야기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다른 분들보단 일찍 오신편이네요. 보통 지금은 잘 안보일 수도 있는데 잘 살펴보니, 아기집이 있어요.”

우린 사실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찾아갔던거라서, ‘축하드려요, 임신이네요!’ 라는 멘트를 듣지 못하니 임신을 했다고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바보같지만, 정확히 알기 위해 되물어보았다.
“아기집이 있다는게, 어떤의미인가요?”
“아기집이 생겼다는건, 이제 아이가 자랄 공간이 생겼다는거니까, 임신을 하셨다는 얘기예요.”

우리 두 사람은 아직도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천천히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시던 병원에서의 설명들을 모두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렇지만 임신준비를 미리 하지 않았어도, 임신 초반에는 정말 수없이 많은 것들을 조심해야하는 시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양가 부모님들에게 바로 알리진 않았다.
그저, 우리만의 감격스러움을 조심스럽게 누려보았다. 

이때 느낀 감정은, 아기가 생겨서 정말 하늘을 날아갈듯 기쁘기도 했지만, 이런 기쁜감정을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조심해야할 시기, 정말 혹시 모르는 시기이기 때문에 좋은생각만 하자고 하면서도 걱정을 동반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평소 지내온대로 하지만 조금만 더 조심스레, 지금까지 해온것보다는 조금 더 건강을 챙겨보기로 했다. 비타민과 영양제를 알아보고, 대신 임신한 뒤 먹으면 안되는것을 세심히 알아보면서

임신을 한다는 것이 멀리서보면 축복 그자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축복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노력에 또다른 노력을 얼마나 더해야하는지 배우게 되었다.

수많은 부모님들의 한마디였던 "너희들도 너희 자식이 생겨봐. 그럼 알 수 있을거야." 라는 이야기가 왜 부연설명없이 그 한마디뿐이었는지, 그럴수밖에 없었겠다는걸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이 글을 적는 지금은 어느새 34주차, 무려 햇살이가 우리에게 온걸 확인한 뒤 30주나 흘렀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금방 지나온 시간 같지만, 차근차근 돌아보면 그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마다 무수히 고생했을 와이프에게 더욱 마음을 담아 사랑해주고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앞으로의 책임감과 배워야할 것이 산더미라는것을 스스로에게 깨닫게 하기 위해 적어보는 예비아빠의 글

정말 두서없이 쓰기 시작해 앞으로도 어떤 내용을 어떤형태로 적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기록도 한 단어, 한 문장만으로도 좋은 후기가, 우리의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 꾸준히 적어나가봐야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