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뭐가 더 나를 멍청하게 만들까

라는 물음
방금 생각하고
방금 답을 찾았다.

후자인 킬링타임용 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영상은 아니지만 비슷한류의 내용을 인스타와 카톡(fun)에서 주로 봤던 나.

페이스북 어플을 일부러 지워두고 살았던 시기가 떠오를 정도로 불필요한걸 알면서, 과하게 시간을 죽이는 영상과 글들을 봐온것 같다.

그럴때면 분명 머리가 쉬고 있긴 하지만, 손가락만 휙휙 움직이면 될 뿐이지만, 움직임이란 딱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지 않고도 다양한 글과 사진과 영상을 보며 웃기도 소름돋기도 공감을 하기도 할 수 있으니 재미를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는건 제격이었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냥 거기까지인 활동이었다. 그렇다는걸 알면서도 계속 몸은 가만히 눈만 움직이며 보던 것들에게서 벗어나야겠다고, 드디어 마음 먹은건 오랜만에 했던 게임 덕분이었다.

처음엔 걸음수를 측정하고자 설치한 어플. 그 다음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이 있음을 알게되어 오랜만에 했던 게임. 그리고 한동안은 하지 않았던 그 게임을 접속한 저녁의 나.

예전엔 시간죽이기 영상처럼 막연히 했던 게임이었는데 오늘따라 게임을 생각하며 하게됐다. 이렇게 움직이고 저렇게 놓아야겠다. 저걸 먼저 없애고 차분하게 해야지.

마치 생각 조각들을 조합해서 없애는 게임같았다. 생각들을 한 줄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서 해결해 나가는 게임. 요즘 내 머릿속 상태가 온갖 생각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중구난방 널어놓다가, 아주 가끔 한 번 해야할 생각과 할 일은 확 정리해서 처리해버리고 쾌감을 느끼던 나.
쾌감을 느끼는건 거의 잊어버려가고 널어놓은 생각 조각들을 어찌 정리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이 게임이 알려주었다.
조각들도, 네 생각들도 한 번에 하나씩. 가능하면 같은 모양 우선으로 그 생각을 모으다가 갑자기 안맞는 모양의 조각이 생기면 잠시 미뤄두었다가 하던 모양을 마저 처리하라고. 지금 이 말로는 설명이 어려워서 갈피를 못잡지만 머리는 이해하고 있었다. 생각의 조각들을 이어붙이는건 마냥 쉬운게 아니란걸. 조각들은 순서대로 잘 나오다가도 뜬금없이 어울리지 않는 조각이 나오기도 한다는 걸. 그러니 생각을 할거면 그 다음에 나타날 생각도 고려하고 이어나가야 한다는 걸.

게임을 하며 책을 읽는 듯 머리를 굴렸다. 상상을 하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 움직여야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집중을 했고 계속 살아남았다. 계속 조각들을 하나씩하나씩 맞추어 없애나갔다. 깨끗했다. 갑자기 잡생각이 떠올라도 한켠에 둘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잡생각이 필요한 생각들을 놓을 곳이 없어질까봐, 다시 퍼즐처럼 퍼져있던 것들을 끼워맞추었다. 다음 생각이 들어갈 자리가 있어야 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끄적임이 계속된다. 아마 오랜만의 집중이었고 오랜만의 성취였고 오랜만의 깨달음이었다. 근데 또 잠을 자고 일어나서 보면 이 글을 적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글을 남기는건 이 글 속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기 때문이겠지. 꼭 다시 만나고 다시 만나 이 생각들을 머릿속에 이식해야겠다. 글로써 내게 자극을 줘야겠다. 꾸준히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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